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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4) 단종은 짧지 않고, 영조는 길지 않고, 대머리왕은 숱이 많고
작성일
2026-04-28
조회수
12
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4) 단종은 짧지 않고, 영조는 길지 않고, 대머리왕은 숱이 많고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영화 2위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열기를 다시 한번 증명하듯 4월 26일까지 열린 ‘단종문화제’ 역시 작년보다 세배나 많은 인파가 몰리며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단종의 ‘단’자가 짧을 단(短)자인 줄 알았습니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으니 ‘단명’의 역사가 묘호에 들어있다고 생각했죠.
최장수 국왕으로 유명한 “오래 사는 남자” 영조는 길 영(永)자를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단종은 바를 단(端)자를 씁니다.
그리고 영조는 꽃부리 영(英)자를 씁니다. 대충 느낌으로 판단하다 보면 실제 진실과 거리가 멀 때가 많습니다.
서양의 역사에서도 이런 오해가 발견됩니다.
동양에 묘호가 있다면 서양에서는 왕의 특징을 잡아 부르는 별칭(Epithet) 문화가 있습니다.
미남왕, 비만왕, 대머리왕 등이 있죠. 미남왕은 미남이어서 미남왕입니다. 비만왕은 비만이어서 비만왕입니다.
그런데 대머리왕이라는 별칭의 서프랑크 왕국 국왕 샤를 2세는 대머리가 아닙니다. 외모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오히려 풍성한 머리카락을 자랑하죠.
그렇다면 왜 대머리왕이라고 불리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흥미로운 설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반어법입니다. 머리카락이 너무 풍성해서 거꾸로 대머리라고 불렀다는 거죠.
또 다른 설은 샤를이 태어날 당시에 물려받을 영지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영지가 없다는 것은 머리 위에 관을 쓰지 못한다는 얘기고, 그 얘기가 후대로 전해지며 머리 위가 비었으니 대머리로 와전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와전의 경우는 “준비되지 못한 왕” 애설레드의 경우에서도 나타납니다. Unræd는 고대 영어에서 “나쁜 조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대 영어 Unready로 잘못 전해지면서 “나쁜 조언을 받은 왕”이 “준비되지 않은 왕”으로 되어버린 거죠.
대머리왕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타인이 어떻게 부르는지는 삶의 본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대머리왕은 머리가 풍성했고, 영지가 없어서 비웃음 당하던 시기를 지나 결국 왕관을 머리에 썼습니다.
대머리왕이 보여준 근사한 반전이, 거울 앞에서 고민하는 탈모인들에게도 현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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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3) 봄봄봄 봄이 왔네요ㅠㅠㅠ